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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의 시선

장류진 단편_'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출판사 링크 제공)

by Doriee 2018. 10. 12.

안녕하세요. 도리입니다.

요즘 SNS에서 화제가 되고있는 장류진 작가의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 (제 21회 창비신인소설상 수상) 을 읽었습니다. 판교 테크노밸리 '우동 마켓’이라는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주인공 '안나’가 '우동마켓' 판매 게시판을 도배하는 헤비 유저 '거북이알’을 만나 벌어지는 일(이라기 보다는 짧은 대화에 가깝습니다) 에 관한 단편소설입니다. 

거의 매년 거의 모든 출판사에서 신인문학상을 통해 많은 작가들이 등단하지만, 이번처럼 빠르게 작품이 인터넷 상에서 회자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작가가 직장인들 특히 대기업 사무직, IT업계, 스타트업의 운영방식이나 조직문화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판교 테크노밸리의 하이퍼 리얼리즘, 스타트업 호러‘ 라고 직장인들 사이에 회자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너무나 부조리해서 실소가 나오는 작품 속의 상황을 실제로 당하거나 목격한 사람도 많다는 글이 SNS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것도 보았습니다. 

저는 사실 이런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을 만날 때 자주 듣습니다. 친구들이 대부분 취직을 한 지 이미 오래 되었고, 그 중에 몇 몇은 벌써 이직만 두 세 번 한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직장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떤 상황인지는 100%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유학을 오기전에 2년 정도 작은 학원에서 일한 적은 있었지만, 주말에만 나가서 직업이라기 보다는 부업에 가까웠지요. 그리고 원장님이랑 선생님들끼리도 다 사이가 좋아 동아리 같은 분위기였어요. 성인기 이후 내내 학생으로 살아왔고, '고용되진 않았지만 일은 힘들게 하는 (not employed, but work hard )‘ 일과에, 다른 사람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적어도 24시간 동안 1분 1초도 벗어날 수 없는 바로 '나 자신(!)‘때문에 힘들어 했기 때문에, 아직은 막연하게 '저 상황이면 많이 힘들겠구나‘ 이상의 마음이 들 뿐입니다. 

그러나 힘들다는 사람 앞에 대고 '내가 더 힘들다, 너는 그래도 월급은 받지 않느냐, 거기다 너는 대기업 사원 아니냐. 박사과정은 얼마나 힘든지 아냐‘ 라고 나홀로 '불행올림픽’을  개최하거나, '저렇게 사느니, 나처럼 사는 게 차라리 낫네.. 나의 오늘에 감사드려야 겠다‘ 라는 소시오패스 같은 '정신승리'는 나 자신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고,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영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서 이세상은 엉망진창이 되고, 환경오염도 심하고 저출산으로 고생하는 대한민국은 소멸할까요? 얼마 전 기사를 봣는데 서기 2300년쯤 소멸한다고 하네요.  저는 '현대소설’이 그 위험들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내일 당장 신문 기사에 실리더라도 위화감이 전혀 없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혹은 이 이야기가 다큐가 아니라 문학으로 먼저 우리에게 오게 됨으로써, 우리는 책임감에 있어서 한 발 정도의 안전거리를 얻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처지를 그 사람만큼 이해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동시에 타인도 내가 힘든 걸 100% 이해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소설' 이니깐요. 어디선가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더라도, 문학은 독자에게 당장 책장을 덮고 분연히 떨쳐 일어나 엔씨소프트 유리창에 짱돌을 던지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책을 읽는 동안은 나도 현실의 '나’가 아니라, 화자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로서  편안하고 진실 되게 사건과 감정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 다음을 행보를 위해서는 또 다른 여러가지 매체와 수단들이 제공되겠죠. 이게 진짜인지 기사를 실제로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고,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만들어질 때, 혹은 법을 만드는 국회위원이나, 행정부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뽑을때... 아니면 나중에, 친구가 비슷한 내용으로 하소연 할 때, '얘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라고 조금 더 그 친구의 심정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죠. 우리가 그 일을 실제로 겪은 것은 아니지만, 잠시동안 우리는 문학을 통해서 그걸 마음에 그려본 적은 있으니깐요. 

아 그리고, 노동관련 관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친구도 이 단편을 봤는지 SNS에 이런 코멘트를 올렸습니다. 

제 타임라인에 “임금을 포인트로 받았다”는 실 사례를 직접 들으셨다거나 심지어 본인/가족이 겪었다는 분들이 있으십니다. 임금의 통화/전액불 위반은 근로기준법 43조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법입니다. 가까운 고용노동지청으로 신고하십시오.

라고 하네요. 친구의 선한 뜻은 알겠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저 사람들이 법을 몰라서 신고를 안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법조문에 적혀 있더라도, 한번뿐인 내 인생의 실전에서, 이게 바로 '나의 권리'라고 들이미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살아 오면서 주위 사람이 불의를 못참았다 일상이 박살나는 걸 몇 번만 보는/듣는 경험을 했다면 특히 그렇겠죠. 독일 속담 중에 '종이는 참을성이 있다 (Papier ist geduldig)‘ 라는 말이 있는데, 한국 종이는 특히 참을성이 많나보네요.. 끈기하면 조선민족인가요?ㅠㅠ 

단편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15분-20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 공유합니다. 직접 퍼오는 무단공유는 저작권에 걸리지만 이렇게 출판사 링크를 통해 들어가는 것은 괜찮다고 합니다. 당선자 인터뷰도 찾아봤는데 함께보면 이해에 도움을 더 줄 수 있을것 같아서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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