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리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영화 <김복동> 시사회를 함께 간 친구로부터 책 한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저는 가끔 '비혼주의자'라고 오해(?)를 받는데요. 그때마다 저는 말하죠.
저는 안 간게 아니라 못 간겁니다. (도리, 인기없는 편...)
라구요.(흑흑. 잠시만요, 눈에서 땀이나서 좀 닦겠습니다.)
저와 함께 영화를 본 친구는 (아직까지는) 결혼이나 출산의 생각이 전혀 없는 터라서, 요즘 결혼가 출산을 매우매우 원하고 있는 저에게 이 책을 권해 주면서 참고하라고 하더군요.책 두께가 얇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술술 읽힙니다.
가끔 나는 노년을 어떻게 보낼지 상상해본다. 상상 속에서 나는 종종 외로워 보인다. 크리스가 나보다 열두 살이 많으니 내가 더 오래 살 거라고 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절친한 친구들 몇 명과 크고 오래된 집에서 함께 사는 상상도 해봤다.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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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엘런은 그 전까지는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고, 파트너인 크리스에게는 전혼자녀가 이미 있기 때문에, 파트너가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40대 중반의 어느 날, 더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출산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엘렌은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아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인터뷰 하게 됩니다. 그 결과로 이 책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려면 인생이 다르게 흘러갔으면 아이를 낳았을 수도 있는 사람들(어쩌다 보니 아이 없이 살게 된 사람들), 행복하게 아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 아이를 낳지 못해 슬퍼하는 사람들(사정상 어쩔 수 없이 아이 없는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전부 들어봐야 했다. (12)
저자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아이가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가족중심사회'에서 느끼는 어려움들에 대해서 알게되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대응전략들과 성별 격차에 대해서 지적합니다. 엘렌은 미국에서 살고 있고, 미국은 (적어도 한국 보다는) 개인중심적이고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 존중한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사는데는 다 마찬가지 인가봐요.ㅠ
아이 없는 삶을 살게 된 과정을 탐색하면서, 우리들의 성격이나 일상생활이 부모가 된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지도 알고 싶었다. 알아보니 우리들은 오른손잡이들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외손잡이들처럼 가족 중심 사회에서 독특한 문제에 직면해 잇었다. 나는 이런 문제를 하나씩 살펴보면서 건강한 대처법을 제안하고 싶었다. (13)
아이 없이 살아도 어떤 여성들은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가 하면, 또 어떤 여성들은 좋고 싫은 감정을 동시에 갖기도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늘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삶을 더 잘 통제하고 더욱 확신하며 살아갈까?
아이를 낳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와 관련해, 우리 문화는 어떤 식으로 남성을 여성과 다르게 대하고 있을까?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변화할 수 있을까? (63)
„만약 나한테 아이가 있었다면 내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거나 같은 활동을 하는 아이들의 엄마들과 우선 친구가 됐겠죠. 하지만 그렇게 맺어진 사람들과의 우정은 공통의 관심사가 있거나 같은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나면서 끊어지게 마련이에요. 내 경우에 여자친구들과 나눈 우정은 친구들이 아이를 낳기 전부터 이어오던 우정이라면 나중에도 지속돼요. (203)
그리고 보통 무자녀+반려동물 커플에 대한 편견에 대한 반론도 아주아주 마음에 쏙 듭니다. 엘렌 역시 반려견(벨라)를 키워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외침! 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은 자녀를 향한 사랑에 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그들이 왜 굳이 두 사랑을 비교하려 드는지 이해할 수없다. 연합통신사의 Petside.com에서 투표를 실시했는데, 반려동물을 기르는 미국인 중 절반이 반려동물을 인간가족과 다르지 않은 가족으로 여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반려동물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애완견 벨라는 살아잇는 존재와 돈독한 애착관계를 형성하려는 내 욕망에 완벽하게 부응한다. 벨라에 대한 내 사랑이 부모가 자식에게 느끼는 사랑만큼 강한가 아닌가를 따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잇는 누군가를 돌봐주고 싶은 욕망을 인지했고, 이를 퉁족할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81)
단순히 아이와 함께하는 삶의 장/단점을 나열하기 보다는, 아이(출산과 양육)과 관련해서 고려해야 할 점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걸 이야기해 줍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기에 아이는 너무너무 소중하면서도, 어떤 경우에 출산과 양육상황이(아이 자체가 아님!!) 나를 삼키는 독이 되기도 하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느껴 봅니다.
아이가 없는 성인들은 자녀 양육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대로 활동하거나 생활의 균형을 되찾기가 수월한 편이다. 오직 나를 위해서만, 나에게만 집중해서 살면 되기 때문에, 정상 궤도를 유지하면서 살기가 어렵지 않다. (173)
아이 없는 사람들이 언제든 취약한 처지에 몰릴 수 있음을 인식하고 미리 강력한 지원망을 구축한다면, 자녀를 둔 커플들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아이없는 부부나 싱글은 성인이 된 자녀의 출가로 인한 ‚빈 둥지 증후군’을 겪지 않아도 되고, 자녀를 둔 사람들에 비해 지속적인 우정을 쌓는 데 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일 수 잇기 때문이다. 둘째, 자녀가 있으면 노년에 자신을 돌봐줄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는데 자녀가 없는 성인들은 애초에 그런 믿음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208)
„ 아이에게 정신적 스승이나 영웅이 될 기회를 놓친 게 제일 큰 손해인 듯해요. 부모와 자식 사이에만 있을 수 있는 친밀감과 끈끈한 관계를 상상해보면 내가 자신을 속이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전에 절친이 자기 아이들을 껴안고 놀면서 내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고 말하더라구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해볼 수 없는 경험이란 생각이 들어 슬퍼져요.“ (102)
„돌아가신 어머니는 자식들을 계속 낳으셨는데, 자식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막내가 청소년이 되었을 무렵 어머니는 당신이 낳아놓은 많은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하셨어요. 아주 추운 밤에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기 전에 어머니는 이미 감정적으로 죽어가던 상태였던 듯해요. 자식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셨고, 아버지와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해보거나 계속되는 임신을 피할 방법도 찾지 못하셨죠. 마침내는 내면이 무너져버린 거예요.“ (103)
그리고 엘렌은 무자녀로 사는 사람들의 특성에 대해서 조심스레 추측해보는데, 사실 이 부분은 100% 동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무자녀 커플이 본인의 의지나 결단의 결과만은 아니며 (원하지만 상황이 안되었던 경우도 있을 수 있죠. 그래서 엘렌도 이 부분을 감안하여 세 가지 경우로 카테고라이즈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특성때문에 무자녀의 삶의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자아를 성장 발전시키며 굳건히 지키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120)
스스로 선택해서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들의 말을 곰곰 생각하다 보면, ‚통제위치 locus of control’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된다. 통제 위치란 자기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려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다. ‚내적통제위치 internal locus of control’를 갖춘 사람은 스스로 삶을 결정하려 한다. 반면 ‚외적 통제위치 external locus of control’를 갖춘 사람은 자기 삶을 외부 요인에 맡기려 하며, 인생이라는 차를 타고 가면서 내릴 지점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124)
당신은 어떤 통제 위치를 갖추었는가? 인생이라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조수석에 앉아가는 사람인가? (137)
위의 진술만을 보면, 마치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통제력을 상실(혹은 욕정의 노예?) 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하는 과정에서 치밀한 계산과 준비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거.... 다 아시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통제하려고 하기 위해 삶의 여러가지 선택지 중에서 내 가족을 꾸리고, 아이를 만드는 결정을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험한 세상에서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다니.. 정말 용기있는 분들이신 거죠.
연유야 어찌 되었던 아이없는 삶의 길에 접어들었다면, 그것대로 행복해질 수 잇는 방법에 대해서 인터뷰이들과 저자는 제안합니다. 그 중에서 아래와 같은 실제적인 조언도 있구요..
유언장, 위임장, 사망 선택 유언(스스로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일 떄 존엄사를 요청하는 유언-옮긴이), 건강관리 대리 위임장(육체적, 정신적으로 의학적인 견해를 표명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중요한 시술이나 의료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리인을 지명해놓는 서류-옮긴이)도 다 마련해 뒀고요.“ (245)
그리고 저는 아래의 문장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경험해 보지는 않았기에 가끔 아쉽긴 하겠지만, '가보지 않은 길이니' 알 수가 없죠. 아이 뿐만 아니라 인생에는 이렇게 '사놓고 다 읽지 못하고 꽂아만 둔 책들(앞으로도 영영 읽을 일 없을듯;;)' '배우다가 그만 둔 일' '언제 밥 한번 먹자, 나중에 연락 한다고 해놓고 끊어진 인연들' 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사람이 다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살아오면서 여러 번의 실망과 좌절을 겪으면서 배우게 됩니다. 모든 게 내 마음같고 내 뜻대로 계획대로 다 되었다면 좋았을까요? 아닐껄요?ㅎ 삶의 기쁨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올 때 더 크겠지요!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내 결정에 만족해요. 결혼했을 때 남편은 아기를 낳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싫다’고 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잘했다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아이를 키우는 경험은 못 하게 됐지만요, 가보지 않은 길이니 알 수가 없죠. 잘 결정했다고 믿고 사는 거죠. „ (259)
아..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친구는 저에게 적당한 책을 준 게 아니었어요!!! 이 책의 저자와 인터뷰이들은 아이가 없을 뿐.. (1-2명의 싱글과 돌싱을 빼고) 거의 모든 인터뷰이들이 파트너가 있었어요... 저자는 반려견도 있네요!!!! 이 책은, 비록 아이는 없더라도, 나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삶에서 꼭 필요하다는 걸 말해주고 있네요. 그게 파트너든 친구든 반려동물이든 말이죠.
그럼 다음에 또 좋은 책을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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