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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의 시선

오랜만입니다! 2019년 8월, 저 살아 있어요!

by Doriee 2019. 8. 5.
안녕하세요. 도리입니다.
정말 오랜만이죠? 지난 5월 초인가 이것저것 글을 쓰겠다고 공수표만 날리고 잠적한 후 이게 얼마만인가요? 저희 4명은 개인적으로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이 블로그는 오랫동안 개점휴업 상태였습니다. 혹시 많이 기다리셨다면 미안합니다. 저희들은 각자 요 몇 달 서울, 베를린, 괴팅엔에서 바쁜 시간을 보냈고, 아직도 많이 바쁜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좀 바쁜 게 정리되면 글을 쓰려고 했는데, 바쁜 게 끝나지가 않을 것 같아 앞으로는 짧은 글이라도 자주 남기려고 합니다. 
 

 

우선 기쁜 소식을 하나를 전합니다. 얼마 전에 제가 드디어 한국 생활에 '상당히‘ 적응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래 사진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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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는 한국에 적응했어요! 이제 택배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네.. 제가 네이버페이의 우수고객이 되었어요… 굳이 당일배송 해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인터넷 쇼핑을 좀 줄여야 겠어요..
 
그밖의 근황도 전합니다. 지난 6월에 드디어 첫학기가 종강했고, 지금은 학생이 아닌 첫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모 지자체 연구원 공채에 지원했지만..서류에서 광탈(!)했습니다. 유학 끝내고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논문실적이 부족해서 탈락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 텐데… 막상 떨어지고 나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뭐, 지나간 일은 잘 추스려서 보내고,  심기일전하여 방학을 알차게 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흠.. 일단 수업 준비와 강의가 없으니, 여름 동안 체력을 잘 보충하면서 논문 작업(입으로만 작업하겠다고 한 게 몇달째임;;;?ㅜ) 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그나마 좀 남아 있을 때 평소 배우고 싶었던 것 몇 가지를 시작했습니다. 수영, 사진, 일본어!!! 
 
수영: 드디어 접영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수영 5개월차인데… 드디어(!) 접영을 시작했습니다. 자유영을 배울때 제일 힘들었고, 배영은 의외로 쉽게 넘어갔습니다. 다만 코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셀프 물고문을 견디기가 힘들었고, 그리고 한 레인 안에서 왕복을 해야 하다보니, 팔돌리는 데 제약이 생겨서 폼이 이상해요 (…적다보니 쉽게 넘어간 게 아니군요). 그리고 평영은 발동작 때문에 고생했는데…. 어찌어찌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 마리 개구리가 되어 있더군요. 배우기만 하면 평영이 제일 편하다고 하던데… 너무 편안합니다..ㅋㅋ 자유영-배영-평영을 배우고(아직 마스터 단계는 아님;;) 이제 접영강습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주까지는 팔동작 없이 물지렁이처럼 웨이브만 꿈틀꿈틀 했는데, 이번 주에 한팔접영에 들어갔습니다. 수영이 평생운동이라고도 하고, 실제로 80넘은 할머니들이 지팡이 짚고 탈의실에 들어오셔서는 수영장 안에서는 돌고래로 변신하시는 걸 보고 많은 것을 느낍니다. 수영은 전신운동이라 신체적으로 밸런스를 잡아주고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얼마 전에 읽은 줌파 라히리의 소설 [내가 있는 곳]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물속에서 나는 생활에서 멀리 떨어진다. 생각이 녹아 장애물 없이 술술 풀려나간다. 물이 날 보호해주고 무엇도 건드리지 않기에 몸, 마음, 우주 전체가 참을 만 해지는 듯하다. 수영장 바닥에 불안한 명암을 투사하며 연기처럼 흘러가는 빛의 유희를 몸 아래로 관찰한다. 날 재생시켜주는 요소가 감싼다. (p60, 수영장에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구청에서 주 1회 1시간 30분씩 진행하는 사진교실에 다니고 있습니다. 사진을 배운다고 곧바로 느는 게 아니라 찍어야 늘텐데… 그것도 참 쉽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배우고 난 뒤, 사람을 피사체로 두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구요. 요 몇달 사이에 친구 몇 명이 결혼을 한다고 하는데, 미리 말해놨어요!! 나 카메라 들고 갈게! 아 그리고, 저를 제외한 모든 사람(선생님과 수강생)이 한국 베이비부머(55-63생)이시라, 사진 뿐만 아니라 '어른의 유머’도 같이 배우고 있어요. 아직 쪼렙이라서 배운 기술이 아웃포커싱밖에 없지만, 그래도 좋아요! 
 
아웃 포커싱... 두 달 동안 수업 듣고 유일하게 할 줄 알게 된 것..
 

 

 
아.. 저는 수평을 맞추는 게 왤케 어려울까요.. 연습하면 되겠죠?ㅠㅠ
표지판이 기울어진 게 아니라 제 손모가지가 기울어진 거예요..
 
 
 
마지막으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역시 구청에서 하는 강좌 (광진구 사랑합니다!) 인데.. 사실 배운다고 하는 게 민망할 정도입니다. 예습복습을 전혀 안하는 건 물론이고, 수업 시간에도 그냥 멍때리고 듣기만 합니다.ㅋㅋ 사실 일본어가 당장 필요하지는 않는데, 너무 공부만 하면 지루하기도 하고 (엥? 주3회 수영가고 사진도 배우면서?) 화목 저녁은 '6시 식사-7시 일본어(문화회관 3F)-8시 gym에서 근력운동+트레드밀 (같은 건물1BF)' 과제를 완수하고 샤워하고 나오면 복잡한 마음이 정리 됩니다… 그리고 일본어 수업이 너무너무 재미 있어요!! 아직은 초급 단계라서 선생님도 외우라고 하지 않으시고 (어차피 다시 배울 거니깐) 그냥 재미로 듣고 알고만 있으라고 하시네요.. :)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했던 영어나 독일어를 배울 때라는 또 다른 마음가짐입니다. 목적지도 제한시간도 없는 산책같은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무엇 보다도 명사의 성이 뭔지 따로 외우지 않아도 되고, 관사가 없는 언어라서 마음이 편합니다…ㅋㅋ 

 

 
 
여러분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앞으로는 종종 짬내서 인사하러 올게요!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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