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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의 시선

[근황]4월의 마지막날

by Doriee 2019. 4. 30.

안녕하세요. 도리입니다.

어느덧 4월의 마지막 날이 왔어요. 저는 3월 24일(토)에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후 적응의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적응하느라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독일에 있을때는 마냥 한국을 그리워하기만 했는데, 돌아와 보니 제가 도착한 한국이 제가 그리워하던 한국이랑 좀 많이 다르더라구요. 허허… 그나마 다행인 건, 제가 서울에 있을때 지내던 제 방이 아직 엄마집에 그대로 있고 (비록 창고방으로 바뀌어서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일주일 한 번 학교에서 수업하는 걸로 제가 당장 서울에서 쓸 용돈은 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0대 후반에 한국을 떠나올 때는 몰랐던, 30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알게된 동네살이의 즐거움들 하나 둘 깨우치고 있습니다. 골목시장의 저렴한 맛집들, 구에서 운영하는 수영장다니기, 평일 오전에 어린이대공원에 조깅가고, 점심먹고 뚝섬유원지로 산책가는 삶… 지난 주 쯤에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놀만큼 놀았다. 더 놀면 거지꼴을 못면한다…

 

그래서 1월부터 4월까지… 한 해의 1/3동안 놀았으니, 이제 다 정리하고, 먹고 살 궁리를 하려고 합니다. 당장 6월 말이면 다시 백수가 되니깐요.ㅠ 일단 나쁜 기억들은 상자에 담아 좋은 기억들 (까만 쿠키박스 안에는 사람들이 준 편지가 들어있어요!)로 눌러 놨습니다. 일단 담아놓고 언젠가 정리할 일이 있겠죠. 아, 그리고 상자 위에 있는 노란색 필름 카메라는 청소하다가 발견한 '방수카메라' 입니다. 한 10년 쯤 전에 무슨 행사를 갔다가 선물로 받은 건데.. 수영을 할 줄 몰라 집구석에 방치되어 있다가 이번에 청소하면서 극적으로다가 구조가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제가 인생 최초로 수영장에 반신욕이 아니라 수영을 하러 갈 수 있을테니, 그때 들고 가보렵니다.ㅎㅎ (그런데 필름카메라라… 필름을 살 수 있을까요?ㅠㅠ) 

 

 

 

지난 4월동안 제가 한 일은…말이죠..

 

1. 4월 수영을 개근했습니다.

하하하. 그 결과 이제 킥판은 뗐고, 땅콩도 뗏고, 아주 종잇장같은 부력기구로 수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새로 알게된 사실! 저희 반에 수영을 같이 시작한 사람이 저를 포함해 3명 이었는데… 제가 못하는 게 아니라, 나머지 2명이 수영신동인 것 같아요… 이미 3주차때 부력보조기구 없이 맨몸으로 자유영을 하더니.. 엊그제는 먼저 수영하던 사람들이 그 2명 중 1명(남자분) 을 보고.. 저분 왤케 빠르냐며…. 힘이 너무 좋다고….;;;; 제가 느린 게 아니었더라구요..ㅎㅎ

암튼 수영 너무 좋아요! 이제 보조기구 없이도 수영할 수 있게되면 주말이나 시간날 때 자유수영도 할 예정입니다.ㅎㅎ 

 

2. 교회도 개근하고 있어요…

하아… 대예배에 개근하는 정도가 아니라, 대예배+점심+새가족 모임도 나가고 있어요. 5주 간의 기본교리를 배우는 모임인데… 참. 쉽지가 않네요… 일단은 효심으로 다니고 있긴 한데.. 계속 코스프레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게 되기도 하고, 그리고 저에게는 아직 신앙생활이라는 게 '개인적인 체험과 은혜’를 바탕으로 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주위에 신앙심이 깊은 분들을 보면 이런 공통점이 있더라구요.)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확신이 없어서요.. 그리고 교회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워요. 워낙 사회에서 고립되어 살아와서 그런지, 원치않는 개인정보나 신상, 심경 같은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일단 나가긴 나갑니다. 나가야 체험을 하던 은혜를 받든... 어쨌든 교회 문턱을 한 번 넘어가기가 쉽지 않고, 어머니가 기도한 정성(?)을봐 인간적인 도리의 측면으로라도 한 1년은 꾸준히 다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습니다. 제 이름이 또 '도리'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엄청 감정적이긴 한데, 한 번 정한 거면 일단 어느 정도까지는 성실하고 꾸준히 해야 나중에 미련도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려고 합니다. (위에 제가 수영 개근하는 거 보셨죠?ㅋㅋ 저 독일 있을때 롤러더비도 첫 2년은 눈이오나 비가오나 개근;;;;;)

아, 친구가 신약성서는 참 좋다고-특히 4복음서가 좋고, 그 중에 친구는 마태복음이 제일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읽어볼 기회가 없었으니 이번에 꼭 읽어 보라고 해서, 이번에 학교에서 신약성서를 풀어주는 책을 한 권 빌렸습니다.. '뭔가를 하고자 할 때, 바로 덤비지 않고 일단 책부터 한 다섯권 읽고 시작하는’걸 보니.. 저도 먹물이 다 되었네요..

 

3. 학교는 잘 나가고 있습니다.

배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학교는 참 좋은 곳이라는 걸 요즘 느끼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모 대학에서 '사회과학방법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아… 첫학기라 그런지 수업은 하루지만 준비하는데 이틀은 꼬박 쓰는 것 같아요.ㅠㅠ 점점 준비시간이 줄어들고 있으니, 차차 적응이 되겠죠… 그런데 이제 강의가 7번 밖에 남지 않았고, 그 다음엔 또 시험.. 그리고 종강하면 백수가 됩니다. (강사법이여;;;) 그래도, 지난 주에는 중간고사를 쳤는데.. 기분이 짱 좋았어요! 매주 중간고사만 봤으면 좋겠더라구요..하하하… 이번주에 레포트 숙제를 내줘야 하는데… 하아… 

 

4. 잘 적응하고 있어요. 

(앞서 말씀 드렸듯) 수영도 다니고, 교회도 다니고, 따릉이도 잘 타고… 그리고, 동네에 잘 적응하고 가끔 사람도 만나고 있어요..한 달 동안 잘 회복해서 이제는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취직을 하려면 논문실적이 있어야 하고, 논문실적을 만들려면 다시 부지런히 읽고 쓰고 몰입해야 하는데… 저는 운이 좋게도(?) 푹 쉬고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위에 충분히 쉬지 못했을 때, 나중에 그 댓가를 치르게 되는 분들을 몇 분 본 터라.. 조심 또 조심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정신건강염려증환자;;;;;) 

 

아, 제가 한 달 동안 생활 루틴을 잡아가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게 '가능하면 지하철을 타지 않는다’였는데요. 수요일(일하러 가는 날)과 일요일(교회 가는 날) 빼고는 지하철을 거의 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를 보러 올 사람들은 기꺼이 건대입구로 오더라구요. 저를 이해해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 물론 아다리가 잘 맞아 제가 밖으로 나가는 날에 저를 자신의 동네에서 볼 수 있었던 행운아도 한 분 계세요! ㅋㅋㅋ (본인이 해당된다고 생각하시면 얼른 자양동으로 답방을 오시길!). 

 

대신 그분이 계신 동네에 갔더니 코리락쿠마가 있더라구요 (아래 사진) > 코리락쿠마를 리락쿠마와 구분하는 법: 가슴에 버튼이 달림

 

그리고 코리락쿠마가 리락쿠마를 데리고 왔네요.. (근데 코리락쿠마가 원래 훨씬 작은뎅.;;;; ) 암튼 제 친구분 좋은 동네에 사시네요.. 

아, 어쩔 수 없이 평일에 밖으로 나와야 한다면 목요일(수요일 다음이니 저만의 주말이죠..ㅎㅎ)에 나왔는데… 그러다보니 목요일에 약속을 막 3개씩 잡게되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ㅠㅠ 16주 (4월 18일 목요일이 포함된 주)에 그랬는데, 그렇게 한 번 나가고 나서… 몸살이 났어요.ㅠ 그래서 이제는 그냥 목/토/일 상관없이 일주일에 약속을 하나만 잡기로 했어요. 혹시 제가 목요일저녁에 도심에서 여러분을 만나고자 한다면, 제가 여러분을 아주아주 아낀다는 의미이니, 밥을 사주신다면 곱배기로, 차를 사주신다면 벤티 사이즈로 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동네를 잘 안떠나니, 유학 떠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동네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합니다. 혼자보기 아까워서 공유합니다. 여러분도 자양동으로 놀러 오세요!!

수영장/스터디카페갈 때 다니는 작은 길: 차가 없고 광고판이 없어서 이리로만 다닙니다. 오전엔 사람도 없어요. 

 

 

 

동네 미술관. 화가분께서 스프레이로 아파트벽을 칠하시네요. 생각보다 빨리 칠하셔서 한참 구경했어요..ㅎㅎ

 

 

 

동네 동물원에선 품을 수 없는 자유로운 길냥이. 뭘 보고 있는 걸까요? 어제 먹다 남겨둔 빅토리아 스펀지케잌과 플랫 화이트?  

 

 

동네 아쿠아리움… 지금이 홍게철인가봐요.. 여기 식당 말고도 요즘 시장에도 저렇게 게가 가득 차있더라구요…

 

 

근데 보기만 하지 돈이 없어서 사먹을 수는 없어요. :) 꼭 출세해서 게맛을 보겠습니다. 제가 비록 게는 먹지 못했지만, 귀국 후 한달동안 정말 서울의 귀한 산해진미를 많이 먹었어요.. 대부분 먹느라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몇개는 겨우 정신줄을 잡고 찍었어요. 그것도 올려 드릴게요!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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