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사의 시선

[서평]김중혁(2014)모든 게 노래

by Doriee 2019. 8. 12.

 

 

 

안녕하세요. 도리입니다.

오랜만에 서평을 올립니다. 사실 요 몇달동안 책을 짬짬히 읽긴 했는데, 서평을 따로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에버노트에 발췌는 꼭 해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것들을 한 번 풀어 보겠습니다앙!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제가 제에에에에에일 좋아하는 작가 김중혁의 에세이 모든 게 노래(2014)입니다. 저번에 소개해 드린 바디무빙 (2016)보다 먼저 나온 에세이이고, 바디무빙이 바디+무비+바디무빙에 대해서 쓴 에세이라면 이 책은 노래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저는 뒤에 나온 바디 무빙이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그래도 노래도 좋아하니깐! 그리고 김중혁 작가는 더더더욱 좋아하니깐! 즐겁게 읽었습니다.

 

모든 게 노래
국내도서
저자 : 김중혁
출판 : 마음산책 2013.09.10
상세보기

 

요즘 자전거에서 자주 듣는 노래는 윤상의 <영원속에>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윤상이 부른 걸 우연히 들었는데, 어째서 지금까지 이 노래를 모르고 있었나 싶었다. 정재형은 파리 유학시절 이 노래로 위안을 얻었다는데, 나도 요즘 이 노래에 자주 위로를 받는다. (28) 

 

노래를 자신의 목소리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어떤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것인가가 모두 다르다. 낯가림 심했던 목소리들이 세상 밖으로 막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고, 노래에 담긴 세상을 어떻게 묘사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어 흥미롭다. 글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해석해야 하고 묘사해야 하고 표현해야 한다. 노래를 정말 잘하는 사람을 보는 것도 좋지만, 나는 도전자들의 차이를 보는 게 재미있었다. (39)

 

모든 사람에게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사건이 한두 개씩 있기 마련이다. 지나는 중에는 잘 모르지만 „아, 그 일이 나에게 참 중요한 사건이었구나’ 뒤는게 깨닫게 된다. 모든 일이 시작된 하나의 지점, 하나의 순간, 인생의 바꿀 수 있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야 할 그곳. 내게도 몇 개의 지점이 있다. 첫 번째는 바로 기타를 처음 배우던 순간이다. 기타를 팔로 감싸안고, 왼손으로는 코드를 짚고 오른손으로는 여섯 개의 줄을 훑던 그 순간, 내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시타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63) 

 

더블 데커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두 개의 테이프를 연달아 듣는 건 매력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더블 데커의 진짜 매력은 친구들에게 노래를 녹음해줄 수 있다는 거였다. 둘 중 하나를 다른 사람을 위해 쓴다는 것이었다. (82)

 

내가 ‚루싸이트 토끼’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인 것같다. 루싸이트 토끼의 음액을 들을 때면 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버스에서 책을 읽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도 루싸이트 토끼의 노래만 나오면 나는 먼 곳을 봤다. 일산에서 버스를 타고 홍익대로 향할 때 손끝이 찌릿할 만큼 슬픈 <나에겐>을 들었다. 나는 합정역의 사람들과 그 너머의 거리 풍경들이 일순간 멀어지는 기이한 체험을 했다. 모든 게 아스라하게 느껴졌고, 나만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다. 그 노래만 들으면 합정역 앞의 풍경이 떠오른다. <손꼭잡고>를 들을 때는 먼 곳의 맑은 하늘을 보았고, <꿈에선 놀아줘>를 들을 때는 별과 달을 보았다. (136)

 

우리가 먼저 외로움을 찾아가자 (제목, 147)

 

사랑을 한다는 것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뜻이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나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뜻이다. 혼자 차지하던 세계에 타인을 들어오게 하는 것이고, 타인이 잘 살 수 있게 내 영토를 줄이는 것이다. 내가 자꾸만 작아지니까 슬픈 거고, 그래서 자꾸만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날 사랑하느냐고, 날 좋아하느냐고‘ 묻게 된다. 손성제의 <비의 비가>는 작아지는 내가 슬퍼서 부르는 노래다. (연인이든 세상이든)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한 후에 느껴지는 슬픔에 대한 노래다.  (151)

 

외로움이라는 것은 아마도 사라지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감정일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라면 절대 알 수 없을 감정,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영토를 줄여본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감정, 함께하는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결코 그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감정이 바로 외로움일 것이다. (152) 

 

다큐멘터리에서 본 제주도 할머니의 단어 선택이 기억났다. 누군가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저 사람은 정신도 좋고, 성질도 좋아“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단어와 목소리가 귀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가슴으로 전해져 왔다. 돌직구라고 해야 할까, 할머니의 목소리가 참 좋았다. (176)

 

발췌된 문장만 보고 계시자니 감질나시죠? 일독 (혹은 구매)하셔서 온전한 기쁨을 누리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