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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의 시선

귀국 후 근황 (2019년 4월)

by Doriee 2019. 4. 13.

 

안녕하세요. 도리입니다.

 

오랜만이죠? 이 블로그는 괴팅엔 블로그이지만, 사실 저는 괴팅엔을 떠나온 지 벌써 3주나 되었습니다.(헐;;) 그러고 보니 최근 몇 달 간의 제 포스팅은 괴팅겐에 관련된 정보가 아니라 제 논문작성기 (이것도 유학생활의 일부분이긴 하니깐;;;)와 근황위주로 알려 드리고 있습니다. 괴팅엔 블로그가 아니라 근황 블로그가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우리는 4명이서 쓰는 팀블로그니깐, 다른 괴팅엔에 계신 분들이 유익한 정보들을 많이 공유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보고있나 다한증 u. Herr Kim? 이 블로그가 개설된 지도 벌써 반 년이 지났는데요.. 그동안 저에게도 아주아주 중요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박사가 되었고, 6년 반의 독일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영구귀국 했습니다. 그리고 학생에서 임금노동자(대학 시간강사)로 변신하여 수도권의 모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마상에! 내가 선생님이라니!) 

 

무려 6년 반 동안 한 도시에 (게다가 이사도 안가고 한 건물에!) 있었던 터라, 짐도 너무 많고, 행정처리할 것도 너무 많아.. 이사에, 각종 서비스해지에, 계좌 닫기.. 잘 한다고 하고 나왔지만.. 오늘 혹시나 해서 제가 사용했던 독일 계좌를 확인해 보니… 올초에 프로베 반카드 25(3개월짜리 19유로)를 신청해 놓고 해지시기를 놓쳐서 1년 자동연장된 반카드요금을 다시 내야 하네요…ㅠㅠ 잘 정리한다고 애를 써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특히 정신없는 유학생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이렇게 구멍이 생깁니다. 

 

 

그래도 이것 때문에 부랴부랴 카카오뱅크에 가입했어요… 왜냐하면 얼른 Sparkasse에 송금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ㅠㅠ 부랴부랴 가입했습니다… 카카오뱅크 가입 말고도 한국에 와서 많은 일들을 처리했습니다. 

 

- 전화기 재개통: 저는 독일에 나올때 전화를 해지하지 않고 장기정지를 해놨어요. 무려 78개월이나… 한달에 3850원씩 나오긴 하지만, 한국에 들어와 왔을때 잠깐씩 사용하기도 편했고, 2015년에 한국에서 Fieldwork할때도 잘 썼구요.. 그리고 사람들이 갑자기 저에게 연락하고 싶은데 갑자기 제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전화를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번호를 유지했죠… (그러나 그런 전화는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 미용실 가기: 독일에 있을때는 돈을 아끼려고 제가 머리를 직접 잘랐어요!!! 항상 묶고 다니니깐! 그런데 이제는 한국 사회에 적응해야 하니깐..큰맘먹고 미용실에 갔죠. 세상에 엄마 단골 동네 미용실이라서 커트가 8000원밖에 안하더라구요! 

 

이렇게 문명인(?)이 될  준비를 끝내고, 이제 연구자(!)가 되기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귀국 전, 독일 생활을 돌아보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때 꼭 가지고 가고 싶은 습관이나 삶의 태도가 뭐가 있을까?‘

를 생각했고, 거기에 맞춰서 저의 루틴과 생활공간을 재구성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지난 3주 동안 제가 한 일은요..

 

1.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달리기도 다시 시작했어요. 

정말 전쟁같은 수강신청을 뚫고 주 3회 (월수금) 아침 수영 등록에 성공했습니다! 오늘이 둘째 주 금요일이니깐, 지금까지 총 6번의 강습을 받았습니다. 아직은 킥판과 거북이등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물에 떠서 발차기를 하니 앞으로 간다는 사실이 경이롭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저희반 수강생 중에서 제가 제일 못해요… 제가 수영장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은요..

회원님! 회원님 안되겠다. 이리 나와. 저기가서 혼자 연습좀 하고와 

다들 큰수영장에서 연습하는데 저만 아기수영장에서 허우적 댑니다.. 혹은..

물안경! 회원님, 물안경 써야지! (이 말 매일 듣는듯;;;) 

이.. 수영장 선생님 말투 너무 중독적이예요…. 호칭은 존칭인데, 나머지는 다 명령조… 근데 은근히 복종하게 됩니다;;; 물속에서 저는 아직 아기고(그래서 아기수영장신세;;;) 전적으로 선생님께 의지해야 하니깐ㅠㅠ 그래도 좋아요. 처음에는 아침수영이고 아직 4월이라 물속에 들어가면 추울줄 알았는데, 의외로 포근하더라구요~ 그리고 몸이 힘든 대신 뇌는 쉬니깐 수영 하고나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달리기도 다시 시작했어요. 작년(2018년)의 제 목표중 하나가 쉬지않고 10킬로미터를 달려보는 것 이었는데, 그래서 훈련프로그램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논문 쓰면서 이사(2->4층)까지 하느라 중단했죠. 이번의 목표는 10k 완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차근차근 해서 10k레이스는 한 번 참가해 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해서 한 가을쯤? 이면 되지 않을까요? 일단 지난 주부터 5k는 가볍게 뛰고 있습니다! 그리고 5월 중순에 집앞 (뚝섬유원지)에서 5k 마라톤을 하더라구요. 이것부터 신청해 볼까 합니다. 기념품이랑 간식 잘나왔으면 좋겠어용!! 

 

2. 서울 도서관 회원증 발급했습니다. 

한국으로 올 때, 가장 기대했던 것 중에 하나는 바로…

 

한국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빌릴 데가 마땅치 않더라구요. 동네 도서관은 너무 작아서 제가 원하는 책이 없고, 제가 있는 광진구 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멀진 않은데 가는길이 좀 험합니다.. 돌아돌아..)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서울도서관 (옛 서울시청건물 내)에 회원증을 신청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책이 다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가 보고싶었던 책이 꽤 있더라구요. 벌써 세 번 갔는데, 1/2호선 시청역 5번출구에 내려서 책 대출해서 좀 보다가, 을지로 지하상가쪽으로 내려 걷다가 명동가서 돈까스(!)를 먹고 집에가니깐 정말 좋더라구요. 그리고 한 번은 근처 직장에서 퇴근한 친구를 기다렸다 종로에서 순두부를 먹었어요. 좋았습니다. 얻어 먹었거든요.ㅎ

 

(서울도서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lib.seoul.go.kr/

 

 

서울 도서관 이외에도, 제가 출강하는 학교에서도 시간강사에게 도서대출을 할 수 있는 자비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아마 수업연구를 위해서 그런 거겠죠.. 그런데… 무려 15책 90일입니다.. (고맙습니다..ㅠㅠ) 그래서 이 두 기관 (서울 도서관과 제가 출강하는 학교)에서 당분간은 책을 구해서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블로그에다 북리뷰도 하려구요(인터파크 플러그인 깔았음!)! 사실 제가 책을 읽으면 항상 에버노트에 짧은 기록을 남기고 인상깊은 구절을 발췌하고 있었는데, 이제까지는 대부분 전공관련 서적에다, 영문이라 이곳에 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책을 읽을 수 있으니, 길게는 아니지만… 짧은 감상과 몇 문장 정도를 소개해 드리는 것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전에 독일서 델구온 여행기부터 정리하구요..ㅠ) 

 

3. 서울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따릉이를 드디어 사용해 보았습니다!! 아직 이름이 따릉이인지 따르릉인지 좀 헷갈리긴 하지만...넘넘 좋아요!! 혹시나 해서 1시간/한달 정기권(5000원)으로 끊었는데, 이거 끝나면 바로 1년 이용권(3만원)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가격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근처 정류소에서 픽업해서 타고싶은 만큼 탄다음 목적지 근처 정류소에 세워두면 되니깐, 동선을 고려할 때 자전거를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즉, 자기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훨씬 편한거죠! 거기다, 정기권에 후불교통카드나 티머니카드를 연동시키면, 휴대폰 꺼내서 앱 킬 것도 없이! 바로 태깅해서 타면 됩니다…아..ㅠ 따릉이 사랑합니다… 제가 사는 광진구는 대부분 평지이고,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 있고, 게다가 한강 근처라서 자전거 타기가 정말 좋아요!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bikeseoul.com

 

 

4. 집앞 스터디 카페 정기권을 끊었습니다. 

네.. 저는 이제 박사가 되었으니… 연구를 해야죠…. 취직하려면 논문실적도 있어야 하고..(끝이 없구나;;;) 그런데 저는 현재 시간강사로 근무하는 학교 외에는 소속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제가 출강하는 학교는 집에서 2시간 거리;;; 그렇다고 모교로 가기에도 마땅치 않고..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작업공간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고, 작업공간을 위해서라도 풀타임 포닥으로 취직하거나, 모교 도서관이라도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독일 생활을 잘 정리하고, 한국 생활에 적응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를 위해서 일정 기간의 단절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논문 생산에 있어 불필요한 상황을 최소화 하고자, 가능하면 동네에서 해결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동네의 독서실과 스터디 카페 몇 군데를 당일권을 끊어 이용해 본 결과, 한 스터디 카페에 정착했습니다. 가격도 일반 독서실과 비슷한데, 24시간 개방에, 노트북 키보드사용가능 (일반독서실은 타이핑금지), 거기다 음료 무료에(전 지금 웰치스 괴물이예요..ㅋㅋ), 안마의자까지 무료!! 사실 안마의자는 스터디 카페 선택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는데 굉장히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의자’지만… 움직이는 거 보면 무슨 로보트예요.. 안마로보트.. 혹시 화가나서 제 종아리를 부러뜨릴까봐 심기가 불편하지 않으시도록 제가 주의하고 있습니다.. ㅋㅋ 그리고 제가 다니는 스터디카페가 수영장 바로 길 건너에 있어요. 그리고 수영장은 집에서 도보로 8분! 차도 없고 광고판도 없는 2블럭만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자극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한국에 오랜만에 돌아오니, 작은 소음이나, 길거리 광고판도 불편한 느낌이 들거든요.. 여러분, 유학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ㅠㅠ

 

5. 엄마를 따라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흐음.. 괴팅엔에 있을때는 교회를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는데요… 어쩌다보니 귀국 후에 매주 엄마와 교회를 나가고 있습니다. 신앙심이라기 보다는 효심에 기반한 종교의례 참여인데요. 평일은 엄마와 저 둘다 너무 바빠서 이야기할 시간이 없고, 일요일에는 엄마는 하루종일 교회에 계시니, 엄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제가 과감한 선택을 했어요.. 예수님 안 믿어도 교회는 나갈 수는 있는 거니깐요. 예수님은 훌륭하신 분이니깐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 어렸을 때 억지로 나갔을 때는 설교시간이 너무너무 싫었는데.. 이제 설교말씀을 들으니, (아직까지는) 교리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밥이 정말 맛있습니다. 일단은 대예배만 드리고 있는데, 11시 대예배를 드리고 교회에서 점심먹고 엄마와 옆 편의점으로 가서 커피한 잔 하면서 이야기 나누는게 정말 좋아요. 봄이라서 특히 좋은 것 같습니다. :) 

 

6. 수요일과 일요일 말고는 집근처에 머무르기 

박사과정때는 논문만 쓰면 끝인줄 알았더니, 왠걸… 첩첩산중입니다. 이미 많은 박사 선배님들이

'논문 쓰는거 너무 힘들지? 그래도 박사후 연구자되면 논문쓸 때가 그리워질거다‘

라고 경고했지만, 뭐.. 안다고 대비가 되나요. 일단 논문 끝내는 것도 너무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 다음은 나중에 생각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중이 지금 왔어요….ㅠㅠ 이제 논문을 바탕으로 학술지 투고도 하고, 후속연구도 준비하기 위해서… 몰입할 조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독일에서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체력/멘탈관리, 작업공간,… 그리고 시간관리!!!! 연구에 충분히 몰입 하려면 과업은 쪼개고 시간은 덩어리(Chunk, 1-2시간이 아니라 7-8시간 방해없이 통으로 되어있는 시간)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물리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출퇴근 시간과 사람 만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돈주는 곳 (수요일 강의), 엄마랑 데이트 (일요일 교회) 말고는 가능하면 지하철을 타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서울 도서관도 일요일에 교회 마치고 다녀오지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식사자리나 만남도 집근처에서 잡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절제를 해도.. 인구 천만에 위성도시까지 다 합하면 전인구의 절반 가량이 엮여있는 Megastadt의 출렁이는 기운(?)은 아직 감당이 안됩니다. 살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돌아와 보니, 도시 전체가 거대한 쇼핑몰이라 돈이 없으면 앉아서 쉴데도 없고, 인도에서 횡단보도로,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대합실 열차 안으로 거대한 사람의 홍수속에서 떠다니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도 '놀랄 정도로 잘 적응하고 있는 내모습’을 발견한다고 하니,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저의 일상을 다시 조립(?)하면서, 학교에 강의도 나가고, 한국 연구재단에 해외박사도 등록하고 (신고완료!), 국립국제교육원에 귀국 비행기표 환급도 받고 (여러분 제가 사실 국비 유학생 이었더라구요…자비유학 전환한 지 오래되서 까먹고 있었어요!).. 그리고 또… 매주 강의하면서 학생들이랑도 가까워지고 (저만의 착각이 아니길..ㅠ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벚꽃철이라 이렇게 거리가 아름답습니다. 물론 괴팅엔 대학의 벚꽃도 유명하지만, 독일에서 보기 힘든 Japanese Cherry Blossoms 품종의 벚꽃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봤습니다. 독일은 왕겹벚꽃이라 색깔이나 꽃 모양도 달라요. 그것도 나름 매력이 있지만, 한국의 벚꽃을 보니.. 아, 이게 벚꽃이었지.. 싶더라구요 :) 아래는 저희 집에서 수영장 가는 길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입구에 있는 벚꽃입니다. 저기 좋아보이는 아파트는 제가 사는 곳이 아니라 슈퍼주니어가 사는 곳이예요..(와..) 가끔 대포 카메라를 들고계신 여성팬들을 볼 수 있어요.ㅋ 

 

 

아래 벚꽃 사진도 정말 예쁘죠? 따로 벚꽃놀이를 가지 않아도 동네 곳곳에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저의 상태와 관련해서 짧게 알려드리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왜냐면 이 포스팅은 근황 포스팅이니깐), 사실 이렇게 길게 근황을 정리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문단을 기록하기 위함입니다.  귀국 직후부터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그늘이 제 마음 한 켠에 있었고, 저는 처음에 그게 미래에 대한 불안 (저는 지금 시간강사니깐요.)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벗어나 있다가 돌아왔기에 적응하는 과정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WK 14)에 재래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전에 없던 멍울 같은게 마음에 잡혔습니다. 시장에서 각종 나물반찬에, 즉석에서 구운 김, 독일에서는 냉동으로도 접할 수 없었던 신선한 갈치 속젓과 깻잎,상추,케일, 거기다 아몬드 멸치볶음까지. 그것들을 사면서 독일에서 한국음식 한 번 해먹으려면 인터넷에 주문하고 하루종일 집에 붙어서 반찬을 지지고 볶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있으면 10분만에 장보면 뚝딱 이더라구요… 정말 박사 그게 뭐라고, 이 밥도 못먹고 그 고생을 했나 싶어 갑자기 허탈해 졌습니다. 순간적으로 맥이 풀리더라구요. 그 때,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한국사회에서 적응하는 과정' 말고, 또 다른 어떤 어려움이 제 안에 가라앉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오후에 집에서 독서실을 가는 길에 날씨가 너무 좋으니 갑자기 울컥했습니다. 이상하게 슬프기 보다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이유를 몰라서였습니다. 며칠 동안 찬찬히 생각해 보니, 제가 사실 유학생활을 하면서 참 고생을 많이 했는데, 논문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제 자신의 그런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박사논문이 잘 끝났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받았던 상처와 어려움이 자동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게 요즘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미 다 끝났다고, 잘 끝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경험이라고 왜 나는 정리하지 못할까?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래도 다행인 것이, 유학생활 내내 저를 괴롭히던 수면장애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이제는 늦어도 2시 전에는 피곤해서 쓰러지고, 아침 7시 20분, 주말도 아침9시면 눈이 떠집니다. 아침수영 때문일 수도, 귀국할 때 기내 면세점에서 산 정관장 홍삼정 로얄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제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박사후 우울증(Postdoc blues)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제가 힘들어 할 때 저와 함께해 준 (When you can’t look on the bright side, I will sit with you in the dark - Alice in Wonderland의 문장 ) 괴팅엔의 제 친구들(+Y코) 덕분이겠죠. 제가 예전에 썼던 블로그 포스팅들과 에버노트 연구노트와 메모들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괴팅엔에서 처럼 필요할 때 바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저희 동네에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서울에서 동네 사람과 절친이 되기는 쉽지 않을것 같고.. 좋아하는 친구가 동네로 이사 왔으면 좋겠다고 기도해야 겠어요… ㅎ

 

예수님, 저 역세권 친구가 필요합니다…주님의 인도로 공부하다 따릉이를 타고 퇴근하는 친구를 마중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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