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리입니다.
저의 옥스포드 여행기 잘 보셨나요? 영국에 있을떄 영국 포스팅을 털고 싶어서, 돌아오기 전날에 부랴부랴 작성하고, 예약을 걸어놨지요..하하하.. 좋아서 쓰는 글이고 '나보려고 쓰는 글'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글이 올라오는 블로그로 가꾸고 싶은게 저의 마음입니다.
저는 지난 주에 옥스포드에서 돌아와서… 밀린 여행기 (비엔나와 베를린)를 쓸 수 있을줄 알았지만… 영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정리한 사진들을 다시 볼 겨를도 없이… 논문 출판 및 최종 제출작업 (이걸 해야 졸업장이 나오고 >>박사<< 라는 호칭을 정식으로 쓸 수 있습니다!)과 귀국준비(!)가 쓰나미처럼 밀려왔지요..
월요일 늦은 밤에 괴팅엔으로 돌아와서, 화,수,목은 논문 최종 인쇄본을 정리하고-> 사무실에 포맷을 검사맞고 (이거 때문에 기껏 정리해 놓은 pdf파일 다시 풀었어요..ㅠ)-> 학교 앞 인쇄소에서 인쇄를 해서 -> 도서관에 2부, 사무실에 4부를 제출하였습니다!! 이게 지난 목요일 (3월 14일) 의 일입니다. 제출날짜 (1월 8일) 에도 정말 비가 많이 왔는데, 지난 주 목요일도 비가 오고 날씨가 정말… 너무 독일날씨였습니다. 그래도 1월달처럼 30시간 무수면상태+낮은 기온… 은 아니라서 가뿐하게 내고 왔어요!
목,금,토 내내 사람들이랑 마지막 회포를 풀다보니, 이제는 정말 정리를 해야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엄마랑 통화하면서(저희는 매주 토요일 저녁, 그러니깐 한국 시간 일요일 아침에 통화합니다),
엄마, 다음 주 토요일엔 서울에서 저를 볼 수 있어요.
라고 하니깐 실감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들어간 게 벌써 2017년 11월 거의 1년 반 전이었고, 유학을 나온 지는 6년반이 넘었으니, 이제는 여기의 생활이 저의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그게 이렇게 정리된다고 하니, 복잡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유학생활 막바지에 논문을 끝내는 과정도 정말 힘들면서도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이렇게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짐을 싸는 일도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괴팅엔 팀블로그가 있어서, 제 혼자 에버노트에 적고 말 일을 이렇게 같이 공유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에게 다행이라는 말)
암튼 지난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본격적인 독일생활 정리/귀국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귀국 짐정리는 크게 3가지 수행과제들로 나눌 수 있죠.
귀국짐의 3대 수행과제 (두둥!)
1)버리기
2)다른 사람들과 나눔
3)한국으로 가지고 가기
저는 유학생활을 오래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어서… 처분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아, 위의 3대 수행과제에서도 보셨겠지만, 저는 물건을 되팔지는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팔 수 있는 물건이 있긴 하지만 (ex 프린터, 자전거, 등등) 파는데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고, 제가 유학하면서 알고지내고 고마웠던 사람들이 제 물건을 사용하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팔진 않고 그냥 주긴 하지만... 그래도 처분하기 어려웠어요..ㅠ 물건이 너무 많아서.ㅠㅠ 다 생활하면서 필요한 것들이긴 하지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을 끌어안고 있기도 했고 (대표적인 물건으로 수평계가 있습니다…Herr Kim님께 드렸죠), 필요한 것이었고 요긴한 것이긴 하지만 한국으로 가져가기는 부담스러운 것들 (레이저프린터, 티비 겸용 모니터) 들을 처분해야 했죠.
그런 것들을 정리하기 이전에, 토요일에는 일단 필요없는 것들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논문 초고완성을 위한 습작문서들과 한국에서도 출력할 수 있는 아티클들, 더이상 보관할 필요가 없는 각종 영수증들과 행정처리 문서들…입니다. 음.. 쉽게 말해서 종!이!
사진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굉장히 큰 박스 (A4 긴면 2개가 무난히 들어가는 걸 보면 60cm 정도되는 긴 박스라는 걸 짐작할 수 있죠) 에다가 필요없는 종이들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유학와서 모은 종이들 뿐만 아니라 2012년에 유학오기 전에 갔던 공연 티켓들도 독일로 들고온 게 있네요.. 2012년 생일기념으로 엄마가 용돈을 10만원 주셨는데, 그걸로 레이디 가가 콘서트를 갔다 왔어요. 잠실 주경기장에서 레이디가가가 오프닝 무대에 말을 타고 등장하는데 정말 감동이었어요 :) 파워당당!! 노래도 진짜 짱 잘하고! 슈퍼스타 월드스타!! (언니 날 가져요!..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멋있으면 무조건 언니!!) 아.. 지금도 생각이 나는군요… 물론 가지고 왔던 그대로 한국에 다시 들고갈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래의 사진만으로도 충분하네요 하하.
다음은 롤러더비 규칙입니다. 저의 유학생활에 큰 힘이 되어 주었던 롤러더비! 한국에서도 롤러더비를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찾아보니 서울에는 팀이 있다가 해체되었고, 현재 한국에 남아있는 유일한 팀은 오산에 있는 캠프 험프리 미군기지 내에 있는 팀이라고 하네요..ㅜㅜ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 일단 장비는 그대로 챙겨가봅니다. 룰은 파일로 가지고 있고, 한국에서도 다시 뽑을 수 있어서 처분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행정 서류들. 비자서류 준비… 아.. 이제 다음 주 부터 저는 더이상 외국인이 아니예요! 체류허가 신청은 신경쓰지 않아도 오케이!
그리고 또.. 제가 힘들때, 스스로를 응원하기 위해서 출력해 두었던 10k 트레이닝 계획표입니다. 파란색이 계획대로 한 것이고 빨간색이 빼먹은건데.. 막판에는 2층에서 4층으로 이사를 하고, 논문을 마무리하느라 훈련이 아예 중단되었습니다. 2019년에는 심기일전해서 달리기도 다시 시작하고 레이스도 참가해 보는게 저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잡지기사 (Ins Herz der Finsternis)는 슈피겔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남극의 겨울에는 항공유도 얼어붙는 우주적 추위 때문에 비행기를 띄우지 않는데, 남극점의 아문센 기지에 있는 환자를 위해서 특수 구조팀이 ‚칠흑의 심장속으로 (ins Herz der Finsternis)‘ 뛰어들어 결국 2명의 환자를 구해냈다는 기사입니다. 논문 작업하는 와중에 이 기사를 슈피겔에서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황들이 겹칠때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이런 것들이 있었기에 (푸닥거리와 대환장파티를 주기적으로 했지만서도) 무탈하게 박사를 마칠 수 있었지요. 하하하
토요일 새벽까지 추억여행을 하다가 잠이 들었고, 일요일 점심때가 되어서야 배가 고파서 일어났습니다. 상관없어요. 저는 논문을 냈으니깐요. 이제 더이상 박사과정이 아니고, 그리고 아직 일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될테니, 요 몇 주 동안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면서 쉬고 있어요. 커피도 마음대로 마시고, 졸릴때 까지 깨있다가, 일어나는 대로 일어나고! 하하하
3월 중순이 되니 저녁때 이렇게 해가 들어오네요. 저는 2층에 살때는 동향이라서 아침볕이 특히 강하긴 하지만, 대신 겨울에도 해가 잘 들어옵니다. 반면, 여기 4층방은 서향이라서 해가 질때 이렇게 해가 들어오는데요. 겨울에는 워낙 해가 없으니 독일에서 서향방에 사시면 겨울에는 햇빛을 구경하기 힘들어요. 제가 작년 11월 중순 경에 4층방(서향)에 처음 들어왔는데, 이 방에서 4개월을 지내는 동안 햇빛이 이렇게 들어오는 걸 처음 봤어요. 기분 탓일까요? 이렇게 해가 안드는 방에 오래 살라고 하면 정말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기숙사 직원분의 재량으로 여기 4층으로 이사도 오고 이 방에서 논문을 그야말로 '끝낼 수‘ 있었기 때문에, 해가 없어도 이 방은 저에게 굉장히 고마운 방이었고, 이렇게 나갈때 쯤에 다시 해가 길어져서 저녁볕을 선물로 받으니 고맙습니다!
내일 (3월 18일 월요일)이면 2019년도 11주가 시작되는데요. 사실 2019년이 시작되고 나서 지난 10주 동안은 논문을 내고, 디펜스 준비하고 디펜스 치르고 여기저기 인사도 하고 여행도 다녀오느라 제대로된 연구노트는 커녕 일기도 못썼습니다. 한 해 52주 중에서 벌써 10주가 지나고, 3월도 이제 끝나가니 1년의 1/4을 '정리가 안된 채로 이렇게 날리나‘ 했는데, 또 생각해 보면, 저의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던 '박사과정’을 마무리 하는데 10주는 기꺼이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게다가 그 10주 중에서 3주가 넘는 시간동안 비엔나, 베를린, 옥스포드 같은 굉장히 좋은 도시들에서 지인들의 '격한 환영과 축하, 그리고 보살핌’을 받으면서 잘 쉬었으니 그것도 살면서 참 잊지못할 순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물론이고 나중에 돌아보면 더더욱 그렇게 느끼겠지요.
이번주는 버리느라/물건 나누느라/그리고 가져갈 짐을 싸느라 정신없는 한 주가 될 것 같네요! 일단 저의 목표는… 무탈하게 잘 마무리를 하고,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비엔나/ 베를린 여행기는 다 쓰거나. 쓰지 못하더라도 터는 걸로 하려구요. 왜냐하면 한국에 도착하면 제가 하고싶은 일이 정말 많거든요. 한국에는 한국책도 정말 많고, 이제 박사논문도 끝났으니 제가 하고싶은 공부들도 더 깊이 공부해서 공유하고 싶어요!
박사.. 할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그래도 끝나니깐 박사가 되는 건 정말 좋은 거네요. 하길 잘했어요. 힘들어서 울고불고 걸어 가면서 울고, 울면서 달리기 한거 벌써 다 잊어버림..ㅋ 아.. 인간이여..🙂
그럼 또 글 쓸게요! 여러분 안녕! (내일 일단 짐을 얼추 다 싸려고 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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