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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괴팅엔

기숙사_이사 에필로그: 옛집을 추억하며

by Doriee 2018. 11. 27.
안녕하세요. 도리입니다.
활기찬 월요일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지난주 새집에서 이삿짐 정리를 마치고,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일상으로 복귀 중입니다. 오늘 짬내서 사진정리를 하다가, 옛날집(같은건물 2층, 지금은 4층에 거주)사진이 보이길래, 
이제 이 집과는 영영 안녕이구나, 그래도 사진을 찍어놓길 잘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이사 에필로그로 옛집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제가 이 집에서 무려 72개월 3주를 살았어요. 유학생활에서 집문제가 해결되면 생활문제의 반이 해결되었다고 할 정도로 유학생활에서 주거 안정은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독일로 넘어오기 전에 우연히 기숙사 사이트에서 리모델링 후 입주안내를 보고 이 집으로 입사할 수 있었고.. 중간에 각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장에 또 연장을 신청하여;;;;; 기숙사의 살아있는 화석이 되었네요 🙂 다른 방이긴 하지만 유학생활 마지막(과연?) 까지 기숙사에서 편리하고 따뜻하게 공부를 마칠 수 있게 되었다니.. 한국에서는 별로없는 집복이 여기서는 있나봐요. 

아래의 사진들은 대부분 2018년이 시작되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보통 저는 집사진을 잘 찍지 않았는데, 2018년이  유학하는 마지막 해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인지 올해는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주로 제가 좋아하는 물건들이나 방에서 볼 수 있는 여러가지 풍경들을 찍어 두었습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갔을때 생각나면 꺼내 보려구요. 지금 보니 다른 집으로 보내거나 좁은 방으로 가져오지 못하고 처분한 물건들도 많이 보이네요.

일단,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반려식물들 입니다. 이사 전야에도 나왔죠? Y코 부모님집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왼쪽에 가장 키가 큰 고무나무는 저의 유학생활을 함께한 식물입니다. 정말 풀일때 우리집에 와서 나무가 되었지요. 🙂 식물을 들이다 보니 저렇게 늘어나서 계속 사면 안될 것 같아서 10개를 넘기지 않고 유지했습니다. 일일이 물주기도 너무 귀찮아서 저렇게 샤워실에 모아놓고 한꺼번에 샤워를 시킵니다 🙂 



아래는 이사온 초기에 산 고무나무와 전등입니다. 정말 꼬마였죠? ㅋㅋ 전등은 지금 M언니 집에서 잘 쓰이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이 사진에서 주목할 점은 이때는 맞은편 기숙사 동이 리모델링 하기 전이라는 거죠? 뒤에 맞은편 사진이 나오는데 비교해 보세요..ㅎㅎ (저 정말 기숙사 화석인가봐요)


아래 보이는 고무나무는 가지치기한 걸 물꽂이 한다음 다른 화분에 옮겨 심은 거예요.. 딸이라고 볼 수 있죠 🙂 



실물 식물을 더 들이지 못하지만.. 식물을 더 들이고 싶은 마음에서 저렇게 종이로 식물을 만들었어요.. 네.. 저는 손으로 하는 걸 좋아합니다. ㅠㅠ 요리랑 원예 공예를 안했으면, 공부를 더 일찍 끝낼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반대로 이런 취미가 있었기 때문에 좀 덜 망가지고 공부 막바지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걸까요?




2018년 초 겨울 기숙사의 모습입니다. 겨울인데 이상하게 해가 쨍쨍해서 신기한 마음에 찍은 사진입니다. 2층 방은 동향이었기 때문에, 겨울이라도 저런 아침볕을 누릴 수 있지요. 지금있는 4층 방은 서향이라서 꿈도 못꿉니다..ㅎㅎ 분명히 방은 4층인데 채광은 반지하예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눈이 많이와서 신기해서 찍었어요. 한밤중이라서 발자국도 없네요 🙂 저는 불면증이 정말 심한 편인데.. 밤에 저렇게 뚠눈으로 밤을 새우다가 5시쯤 되면 해가 아직 뜨지도 않았는데, 강아지와 산책나온 사람을 구경하곤 합니다. 항상 새벽에 지나가는 산책팀(강아지 1마리+인간 1명)을 종종 봤는데, 저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에도 새벽산책을 꼭 시키더라구요. 



3월 달에는 여기서 생일파티도 했어요. 원래 생일날 잘 먹어야 1년내내 잘먹고 잘산다는 말이 있어서, 정말 혼자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렸습니다 🙂 맛있었어요!! 


불켜고 밥먹고 또 불끄고 디저트 먹고.. 생일을 위해서 제가 3단티세트도 구입했는데, 이사 오면서 젤 큰접시는 현재 실종상태 입니다 (어디있는거뉘..ㅠ)



케잌도 제가 만들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어요. 쉬폰이나 스폰지는 여러번 해도 나쁘지 않았는데... 파운드 시트는 어렵네요.ㅠ 



2층 거실모습.. 와. 정말 넓은 곳에서 살았군요..ㅋ 



그리고 달이 참 잘 보였어요. 여름에 보름달 뜨면 저렇게 창문을 열어놓고 달을 많이 봤어요. 달이 너무 크고 예뻐서 사진을 몇 번 찍어봤는데, 역시 눈으로 보는 건 따라갈 수가 없네요. 




이 사진은 6월 달 초무렵 해가 질때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이때 아마 몸이 아팠거나, 기분장애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 할 때라서 하루종일 침대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마 멜라토닌 용량조절 실패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오후까지 못일어난 것 같아요ㅠ) 그냥 일어나서 침대밖으로 걸어나가면 되는데 그게 안되는 제가 너무 기가 막혀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어요.하루종일 자다가 눈떠서 창문열고 바람쐬고...ㅠㅠ 아무리 쉬어도 회복이 안되는 날이 있는데, 이날이 아마도 그런 날이었던 것 같아요. 



조금 정신이 들었을때 정상적으로(?) 찍힌 사진.ㅋ 




한여름에 찍은 책상 사진입니다. 여름인데 넘 시원하고, 책상을 봤는데 제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많아서 찍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물건은 이케아 물컵, 기차 연필깎이, 새로산 샤워볼, 그리고 옛날 알람소리가 나오는 알람시계 입니다. 



저의 공부친구 개새와 서울n타워 엽서 사진입니다. 개새도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네요. 그런데 개새는 아마 중국에서 왔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방사진 입니다. 과학적인 이유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거실에서는 주로 보름달을 많이 봤던 것같고 침실에서는 그믐달을 많이 본 것 같아요... 아마 그믐달은 새벽에 뜨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ㅠ 저날은 그믐달이 너우 예뻐서 사진을 찍었어요!



아.. 동향집의 침실의 햇살입니다.ㅠ 1뼘만 빌려오고 싶군요.ㅠ



마감때 거실 책상입니다. 낮에도 집중을 위해 커튼을 쳐보지만.ㅠㅠ 그냥 공부가 안됩니다.ㅠ 



일요일의 풍경입니다. 저는 착한 어린이라서 일요일에도 꼭 이불을 개지요 :)



이때는 종교개혁기념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휴일이라서 아침에 일어나서 어디에 가서 뭘 할까 (중앙도서관에 갈까 클리니쿰에 갈까) 벽을 보고 고민하다가 볕이 잘 들어서 사진을 찍었어요. 와..이제 11월 초니깐. 1달도 안되는 시간동안 괴팅엔에는 해가 사라져 버렸네요.ㅠ 보니깐 아래 사진들에 보이는 물건 중에 4층으로 올라온 물건은 책밖에 없군요.ㅠ 식물들은 Y코 부모님께 드리고, 선풍기는 다한증님께, 그리고 액자는 기숙사 현관에 나눔한다고 놓아두니 하루만에 좋은 주인을 찾아서 갔습니다. 스탠드랑 의자는 원래부터 주워온 거라서 버렸어요. 사실 저 스탠드 전기선이 없어요.ㅋ 그래서 밤에 스탠드에 불이 나오게 하고 싶으면 초를 켜서 직접 안에 집어 넣었어요.ㅋㅋㅋㅋ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참 좋은 곳에 살았구나 하는 감사함과 동시에 모든 것이 다 지나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화가 노은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봤습니다. 

행복이 뭔가요? 배탈 났는데 화장실 들어가면 행복하고 못 들어가면 불행해요. 막상 나오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죠. 행복은 지나가는 감정이예요. 

말씀에서 내공이 느껴집니다. 살아 오면서 얼마나 많은 행복과 불행을 거치고 나온 말일까요? 화가 노은님의 인터뷰도 공유합니다. 50년 전에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처음 오셔서, 후에 함부르크 미술대학에서 공부 하시고 이후 교수까지 되신 분입니다. 지금은 헤센주에서 남편 분이랑 같이 살고계시다고 하네요. 


그럼 48주차도 활기차고 생산적인 한 주 보내세요. 독일에 계신 분들은 급격하게 줄어든 일조량과 낮아진 기온 탓에 무기력증과 기분장애로 고생하실 수도 있으실 것 같아요. 계절이야 말로 지나갔다 다시 돌아오는 것이니 너무 아프지 말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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