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리입니다.
이번 주 괴팅엔은 본격적인 겨울날씨였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추웠어요. 그런데 저는 이번 주에 이사 청소를 하느라, 거의 기숙사에서만 있었습니다. 특히 화/목 이틀은 영혼과 체력을 갈아넣어서 청소와 정리정돈을 마무리했네요. 저는 뭐든 적당히(라고 쓰고 대충이라 읽으면 됨..)하는 편이라서 항상 마무리할 때 애를 먹습니다. 그럼 시작할 때만이라도 가벼운 마음이면 좋을 텐데 또 그건 아녜요.ㅠ 그래도 드디어 모든 이사과정들을 마무리하고, 오늘 아침 기숙사 방검사를 마치고 열쇠까지 반납했습니다. 이사랑 청소는 꼬박 일주일이 걸렸는데, 방검사는 진짜 3분도 안걸렸어요. 정말 다른 보통의 이사와 비교했을때 정말 편하게 했고(같은건물 2->4층) 많은 사람들이 쉬는 날인 일요일에도 선뜻 시간을 내서 도움을 주고, 마지막까지 무탈하게 마무리 되었으니, 참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이제 체류연장에 관한 모든 것들 (보험, 비자, 기숙사)가 해결되었으니, 다시 일상과 루틴을 회복하는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사실 1일 1포스팅은, 공부 시작하기 전에 웜업 개념으로 짧은 글을 쓰는 저의 의식(ritaul) 같은 거라서, 이번 주에 글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서 몽실님께서 '얘가 지금 일상이 제대로 안돌아가는구나‘ 하셨대요(정답!). 이번주는 블로그는 커녕, 노트북 열 시간도 없었는데. 이제 좀 괜찮아졌습니다!
오늘은 지난 화요일 제가 받은 소포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이 소포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온 것은 아니구요.. 제 영혼의 독서실총무님인 몽실님께서 보내주신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유럽의 겨울은 정말 긴데다 빨리 시작하기 떄문에, 11월 부터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접어듭니다.
아래는 몽실님이 보내신 소포입니다. 이때 제가 두집살림을 하던 때라서 어느 주소로 보낼지 몰랐다고 하셨는데, 일단은 2층으로 보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소포를 개봉해 보니 이런 아름다운 물건들이 있네요! 엇, 재가 좋아하는 무민의 귀여운 귀와 눈이 보입니다.
무민 에코백입니다 🙂 옥스팜에서 발행한 무민 에코백이네요. 제가 무민을 정말 좋아합니다! 귀여운 외모로 제 지갑을 털어가는 북극요괴이지요.. 사람들이 하도 많이 홀려서 별명이 '혹세무민’이라고 하네요.ㅎ
또다른 무민 아이템! 무민 달력입니다! 너무너무 예쁘네요! 제가 참 좋아하는 색감입니다.
뒷면에 12달 그림이 다 나와 있어요. 제가 참 좋아하는 톤입니다! 북유럽의 추운 기후를 잘 보여주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5월 중순에 워크샵 방문차 헬싱키에 가본 적이 있는데, 5월인데도 사람들이 겨울외투에 장갑을 끼고 있더라구요. 현지인에게 들었는데, 그 전주에 눈이 왔대요;;;
그런데, 이 달력은 영국에서 온 달력이라서, 영국 공휴일이 적혀 있어요. 내년에 논문 끝나면 한국/독일 중 어디에서 살까 저도 궁금한데.. 영국도 선택지 중에 하나에 넣어야 하나봐요! 무민달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몽실님의 빅피쳐)
그리고 또 하나 선물! M&S의 뮬드과일차! 애플, 크렌베리, 귤피가 들어간 차라고 하던데, 정향(클로브)향이 진하게 납니다. 수색을 보니 히비스커스도 들어간 것 같네요! 크리스마스 시즌이기도 하고, 제가 워낙 카페인에 예민해서 몽실님이 특별히 골라서 보내주신 차네요!
찻잔에 하나 내려봤습니다. 수색이 참 예쁘죠? 맛도 맛이지만, 향이 정말 좋아요. 아침에 차를 마시고 밖에 나갔다가 저녁에 방에 들어오면 방에서 크리스마스 냄새가 납니다.ㅎㅎ 덜 외로워요..ㅋㅋ
그리고 가장 중요한 크리스마스카드! 저와 몽실님은 둘다 오랜 해외생활을 해온 사이라서 편지나 카드를 자주 주고받곤 하는데요, 이게 참 좋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카드는, 한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기억해주고, 다가올 해에 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빌어주기 위한 것이니깐요. 유학을 오기 전에는 카드나 손편지는 초딩들이나 쓰는 유치한 거고, 지금은 원하면 언제든지 카톡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정을 나누는 것 외에도, 내가 과거의 특정 시점에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돌아보게 해주는 아카이빙 기능도 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받은 카드를 따로 보관할 뿐 아니라 제가 적어서 보내는 카드나 편지의 내용도 에버노트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가끔씩 열어봐요.ㅋ (좀 섬뜩한가요?)
이번의 몽실님의 덕담은,
올해 논문 잘 마무리하고 내년엔 이 카드처럼 화려한 인생이 펼쳐질거야!
입니다. 멋지죠?
마지막으로, 오늘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7년전(2011년) 사진을 보여줬는데, 여기 몽실님이 계시네요! 테이블 상대편에 몽실님의 손이 보입니다! 2011년이면, 저는 유학을 시작하기 전이었고, 엄마와 함께 언니가 공부하던 옥스포드를 방문했을때 찍은 사진입니다. 이때는 친해지기 전이었는데, 엄마와 제가 유럽에 간다니깐 선뜻 옥스포드로 초대해 주고, 이틀동안 마중에 관광에 저녁에 다음날 아침에다, 심지어 배웅까지! 이때는 유학생이 이렇게 해주는 게 얼마나 신경써주는 건지 몰랐는데, 저도 이제 유학생이 된 상황에서 다시 보니 참 고맙네요. 아, 그리고 이 사진의 백미는.. 바로 맥주잔입니다! 2011년에는 우리가 맥주 파인트를 각1잔 할 수 있는 체력이었네요..(참 좋은 시절이었네요.) 2014년에 제가 다시 영국에 간 적이 있는데, 이때는 둘이서 하프파인트를 나눠마시고 취해서 펍에서 집까지 가는 길의 메도우를 갈지자로 걸어갔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논문이 참 고되고 힘든일이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과 배려가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학교에 나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좋은 사람들을 가까이 두시고, 그들에게 역시 좋은 사람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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